HE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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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Z Record

몇 년 전 사진을 보고도 그 장소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헤즈의 많은 시간과 이야기들, 소중한 순간이 잊혀지는 것이 아쉬워 기획했던 ‘컬러풀 시드니’.
전 직원의 시선을 담은 포토 에세이 ‘컬러풀 시드니’는 워크숍의 새로운 컨셉을 선사했고,
볼로냐 출장과 스위스 미니 트립 이야기로 담은 ‘컬러풀 볼로냐’의 에피소드는 함께했던 6명과
헤즈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록이 되었다.

Colorful Bologna

이번 주는 볼로냐로 출근할게요.
아침 일찍 일어나 정신없이 준비를 한다.
동료와 인사를 나눈 뒤 내게 주어진,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한다.
여기까진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보통의 일상.
그런데 머나먼 이국(異國)에서 다른 언어로 말하는 이방인과 일을 하는 거라면?
한없이 기분이 다운되는 지하철 대신, 하늘에 닿을 것 같은
산악열차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면?
출장인지 여행인지 경계 불분명,
연차도 직무도 성격도 제각각인
여섯 사람의 이야기.
“이번 주는 볼로냐로 출근할게요!”

베네치아 공항에 도착해서 차로 이동할 때까지만 해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찼고 날씨는 흐렸다. 차를 타고 조금 이동하자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보였고 그 길 끝에 머릿속에 있던 베네치아가 눈에 담겼다. 우리는 짐을 풀고 서둘러 나와 길을 나섰다.
베네치아 길은 미로처럼 되어 있었는데 어느 지점에서 나는 발을 멈추었다. 좁은 미로를 지나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터가 나오는데, 그 장소는 나에게 추억이 있는 곳이다. 23살, 친한 친구와 유럽 여행을 갔었다. 일정에 맞춰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었다. 학생이었던 우리는 비싼 식당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저렴한 피자를 한 판 사와 야경을 보면서 저녁을 해결했다. 운하에 앉아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는 소소함도 행복이었던 것 같다.
건너편 식당에서 한 남자가 라이브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우리는 맞은편 운하에 걸터앉아 피자를 먹으며 라이브를 즐겼다. 반짝이는 야경과 아름다운 라이브 연주까지 들어 분위기에 취했던 건지 베네치아는 기억에 남는 여행지 중 하나였다. 그 당시 행복한 기억 때문에 다음에 또 베네치아에 오게 된다면 꼭 사랑하는 사람이랑 다시 한 번 오고 싶었다.
이번에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베네치아에 같이 오지는 못했지만 다음번에는 함께하고 싶다.
34살인 지금은 여행을 할 때 가고 싶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지만 어릴 때 여행지에서 느꼈던 여행의 감동보다는 덜한 것 같다. 우연치 않게 추억이 담긴 장소를 보며 나의 23살이 떠올랐고 기분이 묘했다.

취리히는 현대적이면서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다.
첫날 날씨는 선선하니 걷기 좋았지만 구름이 해를 가려 드라마틱한 느낌은 덜했다.
사진은 빛이 가장 중요한데, 흐린 날씨에 아쉬움이 컸다.
여행 마지막 날.
아쉬움을 위로하듯 하늘은 맑고 햇빛은 강했다.
다들 피곤할 법도 한데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잠깐이라도 나가기로 했다.
취리히만 4번째 방문인 대표님이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데려가 주셨다.
전날 유명한 장소는 둘러봤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대표님이 데려가신 장소를 못 가봤다면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물에 보석을 풀어놓은 듯 반짝거렸다. 사진에 담길 수 있을까 셔터를 눌렀다.
취리히에서 마지막 날 귀찮다고, 짐 정리한다고 안 나갔다면 후회했을 것 같다.
1시간의 짧은 산책이었지만 취리히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Colorful Sydney

일상은 반복되어도 아이디어는 늘 새로워야 했다.
같은 디자인 회사를 다니는 마흔네 명의 직원이 시드니로 떠났다.
그들은 같은 시간에 각자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었다. 글도 썼다.
모아 보니 새삼 새로웠다. 조금씩 다른 시드니의 모습도,
매일 보는 동료가 담아낸 따듯하고 담담한 시선도.

보고 있노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신경 쓰이던 것들은 잠시 잊혀지고,
잊고 있었던 것들은 새삼 떠오른다. 새삼 떠오르는 것들이 반복되면 소중해진다.
언제나 그랬다. 아무리 미리 보고 상상해도 노을은 늘 그 이상의 것을 들고 왔다.
(디자인 에이전시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매일 지지만 매일 볼 수는 없다.
때로는 찰나 같고 때로는 영원 같다. 그 얄궂고도 미묘한 속성이 그 순간과 그 순간의 풍경과
그 풍경 속의 우리를 다시없을 만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그게 여행 중에 마주한 거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