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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Jun
2020

“꽁꽁 숨겨서 확실히 드러내기”
라네즈 굿바이 잡티! 굿잡키트



EDIT by HEAZ

에디트 바이 헤즈

 

헤즈의 하루는 고민으로 시작해 고민으로 끝난다. 회의라는 이름 아래 하루 종일 논쟁하고 갈등하며 끝내 한 지점에 다다른다. 누군가는 시도하고 누군가는 결정하며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으로 나온 디자인이 목적과 쓰임에 맞게 제 역할을 다하는지 살피는 과정은 다음 프로젝트의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헤즈가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등 국내외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비핸스, 인스타그램 등의 채널에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며 디자인으로 꾸준히 소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헤즈는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디자인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모두의 열정을 재조명하고 디자인 사이에 숨은 맥락을 짚어보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누군가에게 어떠한 영감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

 

 

“꽁꽁 숨겨서 확실히 드러내기”



라네즈 굿바이 잡티! 굿잡키트

헤즈 김근아 선임 디자이너 인터뷰



블록 같기도 하고 상자 더미같이 생겼는데 신제품을 홍보하는 키트란다. 목적이 그러한데 이상하리만치 제품을 꽁꽁 숨겼다. 이것저것 많이 준다는데 당장 눈에 띄는 건 없다. 손길이 이끄는 대로 돌리고 열고 펼치니 어느새 제품과 다양한 굿즈가 손안에 가득! 

 

‘라네즈 굿잡키트’는 보는 데서 나아가 만져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철저히 숨김으로써 제품의 주목도를 극대화했다.

 


 

 

키트를 보자마자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반적인 홍보 키트와 달리 라네즈 굿잡키트의 경우, 메인 제품인 래디언씨 크림부터 썬크림, 에코백, 와펜까지 다양한 소재의 아이템을 모두 담아야 해서 거치하는 게 제일 애매했어요. 꽂을 수도, 박을 수도 없고.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가장 먼저 생각난 게 이 블록 구조였어요.

사실 서랍이 여러 개라 제품 한두 개를 담는 기획에는 메리트가 없기도 하고, 과포장 이슈에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성도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딱 맞는, 여러 가지 아이템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드디어 만나게 된 거죠. 프로젝트의 첫 회의 때 실장님 설명을 듣자마자 ‘이거다!’ 싶더라고요. 드디어 제 워너비 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블록 구조를 특별히 해보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해요.

이 디자인을 처음 본 건 2018년 헤즈 워크샵으로 갔던 시드니의 한 코스메틱 매장에서였어요.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죠. 잠시 머물렀던 까닭에 내부까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신나게 영상을 찍었던 기억이 나요.

한국에 돌아온 후, 비슷한 패키지를 구입해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틈틈이 레퍼런스들을 체크하면서 상상해보고 아이디어 스케치를 꾸준히 했죠.

 



 

 

제품 - 컨셉 - 구조로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며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간단해요. 신제품 래디언씨 크림을 널리 알리는 거죠. 고보습 비타민 크림이 눈에 보이는 잡티부터 보이지 않는 초미세잡티까지 피부 고민을 지워준다는 컨셉과 “굿바이, 잡티!”를 줄인 “굿잡(Good Job)!”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건 이미 정해진 상태였고요.


ⓒ 2019. LANEIGE. all rights reserved.

‘굿바이 잡티’, ‘굿잡’과 같은 언어유희적 요소를 활용해 래디언씨 크림을 셀프 칭찬한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디자인에 녹여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메인 비주얼도 잡티를 싹 지워내는 기능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거든요. 보이지 않는 초미세잡티를 전부 찾아낸다는 제품 특성은 구조와 매칭시키고, 자신감을 어필하겠다는 의도는 키트의 스케일과 연결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임했습니다.
계속 스터디를 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잡티를 찾아내고 깨끗이 지워 마침내 보이지 않게 된다는 부분이 눈에 띄더라고요. 이 특성에서 착안해 본품을 포함한 모든 아이템들을 블록 서랍마다 숨겨두고 고객에게 찾게 하는 ‘언박싱’ 요소를 키트에 적용해보기로 했어요. 대놓고 보여주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숨기는 편이 제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팀과 클라이언트, 두 단계의 컨펌 과정이 궁금해요.
“블록 구조가 마음에 들지만 안정적인 기본안으로 가는 게 좋겠다”라고 클라이언트로부터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간 시도해본 적이 없던 형태라 우려를 나타내시더라고요. 팀 회의에서도 안정성에 대한 의문과 촉박한 일정 등을 이유로 기본안으로 결론이 났고요.
퇴근 후 아쉬운 마음에 메일을 다시 읽어봤는데, 내용 중 ‘블록 구조가 마음에 든다’는 표현이 눈에 띈 거죠. 욕심과 간절함이 생겼어요. 실제 사이즈로 완성시켜서 스스로 확신을 갖고, 실장님과 팀원들, 그리고 클라이언트를 차례대로 설득하기로 결심했죠.
다음 날 일찍 출근해서 실측 후 일러스트로 디자인을 잡아봤는데, 생각보다 볼륨이 커지지 않게 제작이 가능하겠더라고요. 제작이 가능할 거란 확신은 있지만 해보지 않아 불안해 했던 저를 실장님이 믿어주셔서 클라이언트를 직접 설득할 기회를 얻게 됐어요. 다행히 클라이언트 측에서도 블록 구조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해서 흔쾌히 최종 컨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작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했겠어요.
컨펌이 떨어지자마자 제작사에 전화했어요. 준비 중인 패키지 디자인이 전화나 메일로는 설명이 어려워서 직접 찾아뵙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미팅을 잡아주시더라고요.
제작사 사무실에서 담당자분과 패키지에 대한 이야기 나누고 칼선*을 같이 그렸어요. 담당자분께서 “앞으로 근아 씨 온다고 하면 저 집에 갈 거예요~”라고 농담하시더라고요. 3시부터 9시까지 꼬박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 씨름했거든요. 생각할수록 너무 감사하죠.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지만 라네즈 굿잡키트의 경우는 특히 제작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어요.
* 칼선: 패키지의 전개도를 자르는 데 쓰이는 칼을 가공하기 위한 설계도.


다시 패키지로 포커스를 옮겨볼게요. 입체적인 키트가 사용자의 액션을 유도하고 있어요.
PR 키트라는 게 단순한 선물 포장이 아니라 SNS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좀 더 눈에 띄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기본적인 디자인으로 가더라도 오픈했을 때 위로 열리는 덮개에 포인트를 준다거나, 열리는 방향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거죠. 디자인에 의외성을 부여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집에선 크림, 나갈 땐 선크림’이라는 카피는 직접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평소 카피라이팅 작업에도 관심이 있었나요?
대학생 때 제 디자인을 교수님께 설명하기에 언어적인 표현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적이 있어요. 이런 부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광고대행사 TBWA에서 진행하는 카피라이터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했고요. 150:1의 경쟁률, 3차 시험의 관문을 뚫고 최종 교육생으로 선발되어서 6개월 동안 카피라이팅 트레이닝을 받았죠.
그때부터 카피라이팅에 관심은 쭉 있었지만 직접 만든 카피가 디자인에 반영된 건 거의 처음이에요. 여러모로 제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시안 최종 컨펌 후, 목업*을 처음 받았을 때의 기분이 궁금해요.
목업으로 이벤트 공지용 이미지를 촬영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렘보다는 실제에 가깝게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어요. 일정이 타이트해서 제작사에서는 형태 목업만 받고 팀원들과 함께 실제와 동일한 퀄리티의 디자인을 붙여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저희 팀원 모두가 함께 자르고 붙이고 했던 추억이 생각나요. 메이킹 필름에도 담았지만, 이 모든 게 다 수작업이라는 사실! (웃음)
정말 팀원들이 없었다면 완벽하게 목업을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 목업: 디자인 평가를 위하여 만들어지는 실물 크기의 정적 모형.


라네즈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잡티크루 챌린지를 통해 키트가 공개됐어요.
일반적인 PR 키트 프로세스와 달리 이번엔 챌린지에 도전한 분들에게 추첨을 통해 키트가 전달됐어요. 이미지를 먼저 본 분들이 실제로 키트를 받았을 때의 반응이 정말 궁금했고 언박싱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웃음)
시드니에서 영상을 찍었던 것처럼, 인플루언서 역시 ‘내가 이런 선물을 받았어요!’를 넘어 ‘신기해서 여러분과 함께 보고 싶어요!’와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나중에 클라이언트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예상보다 챌린지 참가자가 많아서 키트를 추가 제작하셨대요.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는 피드백을 듣고는 정말 기분이 좋았죠.


SNS상의 반응을 보면 기분이 어때요?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다들 키트 형태에 대해 궁금해 하더라구요. 호기심 유발이라는 측면에서 성공한 셈이죠. (웃음) 헤즈 공식 계정에서도 반응이 굉장히 좋았는데요, 비핸스 패키징 부문 상위에 랭크되고 댓글도 꽤 많이 달렸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한 가지 컬러만 사용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댓글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강렬한 오렌지 원 컬러, 디자인 작업하면서 고심했던 부분이었는데 제 고민을 알아봐주신 느낌이랄까요?


모든 프로젝트가 뜻깊겠지만 이번엔 개인적으로 영상도 만들고 리뷰도 여러 번 남길 만큼 애착을 보여줬어요.
이 디자인을 마침내 내 손으로 만들었다는 데에서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신제품 홍보에 도움이 됐다는 것과 더불어 블록마다 굿즈로 꽉 채운 내실 있는 패키지를 완성했다는 뿌듯함도 컸고요.




마지막 질문! 래디언씨 크림 직접 써보셨나요?
네, 꾸준히 사용 중입니다. 얼굴이 좀 환해진 것 같은데, 느껴지시나요?



인터뷰 헤즈 A Dept. 김근아 선임 디자이너
기획 및 정리 헤즈 콘텐츠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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